상받이 터 총안 앞에서 젖은 군병들이 얼어 있었다.
군병들은 도롱이를 쓴 예조판서를 알아보지 못했다.
군관이 다가가서 예판대감의 순시를 알려도 군병들은 군례를 바치지 않았다.
바람에 무너진 가리개들이 흩어졌고 물 먹은 거적이 나뒹굴었다.
손에 창이나니 촬을 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군병들은 두 손을 제 사타구니에 넣고 비비며 언 발을 굴렸다.
젖은 발을 구를 때마다 빗물이 튀었다.
땅바닥에 버려진 창들이 비에 젖어 흙에 얼어붙어 있었다.
소나무 위로 기어 올라간 자들은 얼어 죽었는 두 다리가 늘어져 있었다.
김훈의 <남한산성> 60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