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서에 이른 대로,
막히면 뚫기가 어려워서 멀리 도모할 수 없고,
웅크리고 견딜 수는 있으나 나아가 칠 수 없으므로 움직이면 해롭고,
시간과 더불어 말라가니 버틸수록 약해져서 움직이지 않아도 해롭고,
버티고 견디려면 트인 곳을 막아야 하는데 트인 곳을 막으면 안이 또한 막혀서,
적을 막으면 내가 나에게 막히게 되니 막으면 갇히고,
갇혀서 마르며,
말라서 시들고,
적이 강을 차지하니 물이 적의 쪽으로 흐르고,
안이 먼저 마르니 시간이 적의 편으로 흐르는 땅이 바로 여기라고 말하는 지관도 있었는데,
그 또한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지덕(地德)의 거룩함을 말하는 목소리는 컸고,
곤궁함을 말하는 목소리은 작았다.
큰 목소리는 높이 울리면서 퍼졌고,
작은 목소리는 낮게 스미면서 번졌다.....
김훈의 <남한산성> 36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