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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의 사진 이야기
Project (I)/포토에세이

미안합니다. 우공(牛公)님...

by Goh HongSeok 2011. 4. 17.

 



 

 

 

제주여행 중 우도(그 모습이 마치 소가 누워 있거나 머리를 내민 모양과 같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혀진)에서 소 가족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이 가족들의 얼굴을 정면으로 쳐다보는 것조차 미안했습니다.

미안함을 넘어 부끄러웠습니다.

그나마 카메라 뷰파인더라는 한 겹의 감정 방지막이 있어서 사진은 담을 수 있었지만, 

야만적 살처분을 자행하고 있는 인간이라는 '두 발 짐승들'의 만행에 죄송할 따름이었습니다.

 

구제역은 감염사망율이 5% 이하로 매우 낮고 대부분 2주내에 항체가 생겨 자연치유가 된다고 합니다.

아무리 전염력이 강한 바이러스라고 하더라도 동물을 100% 감염시키지는 못합니다.

이는 동물 개체가 가지고 있는 자연면역력이 감염 후 생기는 획득면역력보다 먼저 바이러스로부터 감염을 막아주기 때문입니다.

러시아, 중국, 동남아 국가들이 비록 구제역 상재국이란 명예롭지 못한 꼬리표를 달고는 있지만

우리처럼 매몰처분하지 않고 축산업을 지켜가고 있는 것은 가축 자체의 면역력에 의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제역 청청국을 유지하기 위해 일부 동물들이 감염되었다고 하여

근처에 있는 건강한 동물들까지 모두 살처분하는 것은

이 바이러스에 대한 획득면역력뿐 아니라 자연면역력을 갖춘 동물들까지도 모두 없애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면역력을 갖지 못한 동물들만 남게 되어 같은 바이러스가 들어올 때마다 이러한 일은 매번 되풀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살처분하여 매립한 가축은 지하수와 토양 오염으로 출발하여 환경 재앙을 일으킬 수 있는 고농도 유기 오염물질입니다.

 

 

미안합니다. 우공님...

당신의 얼굴을 정면으로 쳐다보는 것조차 미안합니다. 

미안함을 넘어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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