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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의 사진 이야기
Project (II) - 분당/성(城)

남한산성 #2

by Goh HongSeok 2013. 4. 10.

 

 

 

 

신생의 길은 죽음 속으로 뻗어 있었다.

임금은 서문으로 나와서 삼전도에서 투항했다.

길은 땅 위로 뻗어 있으므로 나는 삼전도로 가는 임금의 발걸음을 연민하지 않는다.

 

밖으로 싸우기보다 안에서 싸우기가 더욱 모질어서 글 읽는 자들은 갇힌 성안에서 싸우고 또 사웠고,

말들이 창궐해서 주린 성에 넘첬다.

 

나는 아무 편도 아니다.

나는 다만 고통 받는 자들의 편이다.

성 아래도 강물이 흘러와 성은 세계에 닿아 있었고,

모든 봄들은 새로웠다.

술픔이 나를 옥죄는 동안,

서둘러 작은 이야기를 지어서 내 조국의 성에 바친다.

 

 

김훈의 <남한산성> 4~5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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