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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의 사진 이야기
Project (II) - 분당/성(城)

남한산성 #1

by Goh HongSeok 2013. 4. 9.

 

 

 

허송세월하는 나는 봄이면 자전거를 타고 남한산성에서 논다.

봄비에 씻긴 성벽이 물오르는 숲 사이로 뻗어 계곡을 건너고 능선 위로 굽이쳤다.

먼 성벽이 하늘에 닿아서 선명했고.

성안에 봄빛이 자글거렸다.

나는 만날 놀았다.

 

옛터가 먼 병자년의 겨울을 흔들어 깨워,

나는 세계약에 짓밟히는 내 약소한 조국의 운명 앞에 무참하였다.

그 갇힌 성 안에서는 삶과 죽음,

절망과 희망이 한 덩어리로 엉켜 있었고,

치욕과 자존은 다르지 않았다.

말로써 정의를 다툴 수 없고,

글로써 세상을 읽을 수 없으며,

살아 있는 동안의 몸으로써 돌이킬 수 없는 시간들을 다 받아 내지 못할진대,

땅위로 뻗은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으리.

 

 

김훈의 <남한 산성>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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