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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의 사진 이야기
Project (I)/포토에세이

어둠(Sombras)

by Goh HongSeok 2012. 3. 1.

 

 

 

 

너무나 당연하지만
걷는 것이 뛰는 것보다 쉽다.
그런데 걷기도 
마치 뛰는 듯한 동작으로 팔을 앞뒤로 흔들면 느닷없이 걸음이 빨라진다.
몰론 걷는 모습은 뛰는 것도 아니고 걷는 것도 아닌 어정쩡하여 몹시 우스꽝스럽다.

걸을 때마다 숫자를 센다.
숫자는 단순함 그 자체다.
복잡함으로부터 해방을 위해 숫자를 세는 것이다.

어쩔 때는 걸음걸이를 세기도 하고
다른 날에는 가로등 숫자를 세기로 한다.
단순하려고 숫자에 억척스럽게 매달려 바둥대지만
머리는 어찌하여 복잡함 쪽으로 내달리는지 모르겠다.

새벽, 밤내 불을 밝혔던 가로등도 이제 졸음에 겨워 깜빡거린다.
걸음걸이를 세다가
문득 내려다본 길 바닥에 내 그림자를 보고 화들짝 놀란다.

가로등이 주욱 늘어선 길을 걷다보면
처음에는 그림자가 내 앞에서 점차 길어지다가
두 가로등 사이 쯤에 들어서면 그 그림자가 사라지고
사라졌던 그림자는 다음 가로등까지는 
뒤로 길게 길어지기 시작한다.

사람 사는 것도
이 그림자가 길어지고, 사라지고, 다시 뒤로 길게 늘어지는
그런 모습일 것이다.

Hasta Siempre(게바라여 영원하라)에 중독되어
솔레다드 브라보의 Sombras(어둠, 그림자)라는 씨디를 구입하였다.
1943년 스페인 로그로노에서 태어나 유년기 시절 부모를 따라 유럽에서 베네수엘라도 이주하여 스페인이 아닌 중남미 특유의 문화 환경에서 자랐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나보다는 연상이다.
나이가 들었음에도
마치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그녀가 신비스럽다.


 



Sombras(어둠)

당신이 가버린 그때엔
어둠이 나를 휘감을 것이네
당신이 가버린 그때엔
단지 고통 속에서
우울할 때면 이 노래를
떠올릴 것이네
당신이 가버린 그때엔
어둠이 나를 휘감을 것이네

내 조그만 침실의
희미한 어둠 속에서
어느 흐린 오후 너는 나를 애무했었지,
이젠 내 두 팔도, 내 입술도 너를 그리워할 거고
난 허공에서 그 장미꽃 향기를 들이마시겠지
당신이 가버린 그때엔
어둠이 나를 휘감을 것이네

내 조그만 방의
희미한 어둠 속에서
어느 흐린 오후 너는 나를 애무했었지
이젠 내 두 팔도, 내 입술도 너를 그리워할 거고
난 허공에서 그 장미꽃 향기를 들이마시겠지
당신이 가버린 그때엔
어둠이 나를 휘감을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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