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는 소리가 없기 때문에
소리의 반향과 공명을 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진에서 소리를 담아내고 보는 이로 하여금 그 소리를 듣게 하는 것은 사진가들의 오랜 열망이었습니다.
앤셀 아담스는 "필름은 악보, 인화는 연주"라고 하여 사진을 음악과 연결시켰고,
에드워드 웨스턴은 자신의 사진에서 바흐의 음악이 흘러 나온다고 했을 만큼 소리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전주 한옥마을에서 가야금 산조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가야금 산조를 들으면서
그 소리, 그 가락을 사진에 담을 수는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악기와 그 악기를 연주하는 연주자를 카메라 담는 것도 가장 기본적인 방안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시도는 카메라만 가지고 있으면 누구든지 할 수 있습니다.
소리를 사진에 담았다고 하기에는 너무 직선적입니다.
문득 뭔가 머리에 스치고 지나갑니다.
현(弦)의 떨림과 울림을 담으면 되겠다, 싶어서
약간 느린 셔터로 찍었더니 현의 떨림 뿐만 아니라 손의 움직임에 블러(blur)가 생겨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왼쪽 손가락이 현을 짚고
오른쪽 손가락이 현을 튕기는 그 순간
손은 고정되고 현의 떨림만을 담을 수 있을 때까지 셔터 스피드를 바꿔 가면서 몇장을 더 찍었습니다.
여러 장 찍은 사진 중에서 한 장을 골라서 올렸습니다.
위 사진에서두번 째 현의 떨림이 보이는가요?
보이신다면 가야금 소리과 가락이 상상의 공명으로 들리는가요?
미욱하게도
저는
이 사진에 담아 놓은 소리가
사진을 보고 있으려니 뚜렷하게 들리고 있습니다.
하기사 제가 찍은 사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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