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헌은 얼어서 발을 구르는 군병들의 모습을 논여겨 마음에 담았다.
북문에서 순찰을 마치고 김상헌은 성법을 내려왔다.
날이 밝았지만 비는 계속 내렸다.
도롱이 자락에서 고드름이 부서졌다.
김상헌은 행궁 안으로 들어갔다.
내행전 마루에 아침 문안을 드리러 온 당상들이 모여 있었다.
김상헌은 도롱이를 벗고 마루로 올라가, 당상들의 맨 앞줄에서 임금의 침소를 향해 숙배했다.
당상들도 숙배했다.
두 팔로 마룻바닥을 짚고 허리를 숙일 때, 얼어서 비틀거리는 김상헌의 몸을 뒷줄에 있던 정삼품 부재학이 부축했다.
도승지가 안쪽을 향해 고했다.
김훈의 <남한산성> 61~62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