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은 곤룡포를 벗고 청나라 군대의 군복으로 갈아입었다.
그것이 청태종이 요구한 투항의 패션이었다.
비단으로 만든 푸른색 군복이었다.
전날 밤 청군의 부장 용골대가 이 군복을 들고 서문 앞에 나타나 성안으로 군복을 들여보냈다.
왕과 세자는 말에 올랐다.
청군이 보낸 말이었다.
청군 5백 명과 성안에 남아 있던 조선 군사 5백 명이 왕의 대열을 호종했다.
왕의 대열은 서문 밖을 빠져나와 지금의 송파구 장지동, 문정동, 삼전동을 지나서 잠실대교 쪽으로 향했다.
청군은 삼전나루터에 수항단(受降壇)을 쌓아놓았다.
수항단은 3층이었다.
청태종은 맨 윗단에 앉아서 기라리고 있었다.
수항단 아래 쪽 빈터에 수달피로 만든 차일을 쳤고,
흰 양가죽을 바닥에 깔았다.
청군이 붙잡아온 조선 여자 수백 명이 차일 밖에 두 줄로 도열했다.
모두들 길게 딴 머리에 비녀를 꼽은 미녀들이었다.
조선 여자덜이 풍악을 울리고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청태종은 수항단 위에, 주황색 칠을 한 의지른 내놓고 앉았다.
김훈의 <자전거 여행 2> 185~186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