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쉼표의 사진 이야기
Project (I)/포토에세이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죽지 못해서 너무 서러운...

by Goh HongSeok 2011. 11. 29.

 


 

 

보다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사진을 잘 찍어야 한다. 이 사실에는 아무도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바로 원판불변의 법칙이다. 그러나 여건이 나쁜 상황에서 촬영을 하였을 때는 보정을 염두에 두고 촬영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사진을 보정하면서 새로운 이미지를 발견하기도 하고, 촬영할 때는 스치고 말았던 피사체의 특징을 보정하면서 알아내기도 한다. 결국 촬영할 때 눈에 보이는 것이 사진의 전부는 아닌 것이다.

 

고산의 주목은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고 한다. '죽어 천년'이라는 대목에서 비장함이 느껴진다. 나무가 광합성 작용을 하지 않고서도 천년을 버틴다는 것, 비장함을 넘어서 처절할 정도다. 그 고사목을 어떻게 사진에 담을 것인가, 덕유산 촬영을 가면서 내심 고심하였다. 어쩌면 바싹 마른 몸체와 형상에 시퍼렇게 날이 선 영혼의 느낌이 번득거려야 고사목의 의미와 느낌이 살아날 것 같았다. 훅! 하고 불면 푸석! 하고 금방 무러져버릴 것 같으면서도 끝내 지탱하는 끈길짐을 이미지화 하는 것은 있는 그대로만 찍어서는 표현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단 촬영은 흑백으로 하되 바싹 마른 느낌이 살아나도록 보정하겠다는 컨셉을 정하였다.

 

사진 위쪽에 여백을 많이 남기고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만 같은 고사목을 연필로 그리는 듯한 느낌을 살려서 보정처리한 것이 위의 사진이다. 그리고 이런 넋두리를 달았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죽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 줄

살아 있는 떄는 몰랐으니

 

죽지 못해서

너무나 서러운...

'Project (I) > 포토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무는 시간  (0) 2011.11.30
아쉬움이 남는 사진  (0) 2011.11.29
그리움의 바다  (0) 2011.11.28
숲을 나서야, 비로서 숲이 보이고 느껴지는...  (0) 2011.11.28
새새, 새, 새새, 새새, 새새  (0) 2011.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