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아타는 on-AIR 프로젝트에서 '보이는 것 너머'가 아니라 '보이는 것 속에 내재한 보이지 않는 것' 혹은 '존재 속에 내재한 부재'를 보여주려고 했다. 그러나 수많은 예술가들이 눈에 보이는 것, 그 너머의 세계를 포착하고 보여주려고 노력해 왔다. 뉴욕의 거리를 8시간이라는 장노출을 통해 화려한 도시 뉴욕의 수많은 차량과 인파들이 그 속도에 비례하여 사라지고, 건물들은 그래도 선명하게 드러나는 작품을 찍었다. 사실은 그 건물도 결국 긴 시간 속에서는 사라져갈 존재임을 그 사진을 보면서 우리들은 쉽게 유추할 수 있다. 바로 여기에 있믐과 없음이 공존하고 있다.
8시간의 장노출에 비하면 장노출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의 짧은 30초 정도의 장노출(그래도 1/8000초에 비하면 엄청난 장노출이다)에도 시간은 흐름으로 표현된다. 어쩌면 30초란 1부터 30까지의 숫자를 조금 느리게 혹은 더듬거리면서 세면 지나가는 시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여 짧은 그 시간 동안 있음과 없음, 즉 존재와 부재의 엇갈림의 현상이 발생한다. 스치는 것은 과연 모두 사라지는 것인가. 사라지는 것은 영원히 없어지는 것인가. 그러나 존재와 부재는 순환고리를 가지고 반복한다. 존재가 부재이고, 부재가 존재인 것이다.
중국 청도 잔교에서 30초의 장노출로 풍경을 찍는다. 사람들이 그 풍경 속에서 들고 나간다. 30초 동안 그런대로 움직임이 적은 사람은 선명하게, 그 시간에도 움직이는 사람은 유령처럼 이미지 센서에 흔적을 남긴다. 과거가 현재가 되어 화석처럼 남게 되는 것, 바로 사진의 원리. 그 과거가 흐름으로 남는다. 흔적으로 남는다. 내가 사진 찍는 행위가 흐름으로, 시간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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