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강 작가의 소설 <흰> 58쪽을 옮깁니다.
멀리서 수면이 솟아오른다. 거기서부터 겨울 바다가 다가온다. 힘차게, 더 가까이 밀려온다. 파고가 가장 높아진 순간 하옇게 부서진다. 부서진 바다가 모래펄을 미끄러져 뒤로 물러난다.
뭍과 물이 만나는 경계에 서서 마치 영원히 반복될 것 같은 파도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동안(그러나 실은 영원하지 않다 - 지구도 태양계도 언젠가 사라지니까) 우리 삶이 찰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또렷하게 만져진다.
부서지는 순간마다 파도는 눈부시게 희다. 먼 바다의 잔잔한 물살은 무수한 물고기들의 비늘 같다. 수천수만의 반짝임이 거기 있다. 수천수만의 뒤척임이 있다(그러나 아무 것도 영원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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