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풀숲에
거미가 이슬 다리를 놓았다.
간밤 풀숲에 훅 끼친
숨결 남아 있었나
이슬 속 싹 틔운 행성
반짝이는
몽유(夢遊)에서 돌아온다.
이윽고 거미는 실을 풀어
바람에 실려 날아간다
아릿한 통증으로
짜여지는 미명(未明)
얼어붙어 선명해진다
해발 칠백미터 고랭지
눈먼 목사네
뜰, 개척교회 종
풀숲에서 올리고
우물엔 물동이 긷는
어린 딸 물동이 긷는
어린 딸 허벅지에
찰랑이는 서릿빛
- 박형준, ‘풀숲 우주’ 全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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