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I)/포토에세이
봄뜻 #15 - 목련
Goh HongSeok
2023. 4. 9. 10:02
소설가 김훈은 <자전거 여행>에서 목련을 이렇게 묘사하였습니다.
목련은 등불을 켜듯이 피어난다.
꽃잎을 아직 오므리고 있을 때가 목련의 절정이다.
목련은 자의식에 가득 차있다.
그 꽃은 존재의 중량감을 과시하면서 한사코 하늘을 향해 봉우리를 치켜올린다.
꽃이 질 때, 목련은 세상의 꽃 중에서 가장 남루하고 가장 참혹하다.
누렇게 말라 비틀어진 꽃잎은 누더기가 되어 나뭇가지에서 너덜거리다가 바람에 날려 땅바닥에 떨어진다.
목련꽃은 냉큼 죽지 않고 한꺼번에 통째로 툭 떨어지지도 않는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 꽃잎 조각들은 저마다의 생로병사를 끝까지 치려낸다.
목련꽃의 죽음은 느리고도 무겁다.
천천히 진행되는 말기 암 환자처럼, 그 꽃은 죽음이 요구하는 모든 고통을 다 바치고 나서야 비로서 떨어진다.
소리를 내면서 무겁게 떨어진다.
그 무거운 소리로 목련은 살아 있는 동안에 중량감을 마감한다.
봄의 꽃들은 바람이 데려가거나 흙이 데려간다.
가벼운 꽃은 가볍게 꾸고 무거운 꽃은 무겁게 죽는데, 목련이 지고 나면 봄은 다 간 것이다.
목련의 피고/지는 것을
이처럼 절묘하게 묘사한 이 글은 영혼에 강한 울림을 줍니다.